그림그리는사람 백지혜

"<꽃이 핀다>를 펼치면 작고 섬세한 붓끝으로 정밀하게 그린 꽃잎들이 활짝 피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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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본문을 펼치면 ‘빨강, 동백꽃 핀다’라는 글과 함께 그림이 확 안겨온다. 작고 섬세한 붓끝으로 정밀하게 그려낸 노란 암술과 수술, 붉은 꽃잎과 초록의 잎들이 함께 피어나고 있다. 비단이라는 재료의 저항을 손쉽게 누그러뜨리며, 수묵담채와는 완연히 다른 색감의 세계, 우리 옛 그림의 또 다른 세계인 진채의 세계를 이 책의 그림들은 양껏 펼쳐 보여준다. 분홍 진달래와 자주 모란은 물론이거니와 이 그림책에 표현된 그 어떤 꽃들도, 열매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를 새록새록 보여주고 있다. 그저 단순한 재현이 아닌 대상의 특성을 한층 더 또렷하게 돋을새김하고 있으며, 배경색의 조율이나 색의 농담을 통한 입체감을 확보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색감들이 모두 안료를 섞어 얻어낸 것이 아니라 쪽, 꼭두서니, 돌멩이, 흙에서 길어낸 색이라니. ... "

 

출처 : 시사인 313호 '마음속 웅크린 말들이 피어난다'  김상욱(춘천교대 교수)

백지혜 작가와의 대화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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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희 (독립 큐레이터)

십 년은 되었지 싶다. 백지혜 작가를 알게 된 게. 그후 드문드문 서로 소식을 주고 받곤 했다. 그 동안 작가는 한국화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며 대학원에 들어가 전통진채화를 공부했고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단체전에도 참가했다. 책도 냈고 일반인들을 위한 동양화 그림반도 만들었다. 가만히 보면 참 부지런히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 싶다. 그런 작가의 새 작품이 궁금해 웬만하면 작가의 전시는 다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 시리즈와 잔잔한 꽃 그림들을 만났다. 한 올 한 올 세밀히 그려진 머리카락과 수십 번의 붓 놀림으로 겹겹이 쌓은 색들은 작가의 공을 짐작하게 하는 동시에 보는 이들을 어느새 명상적이 되게 한다. 소근소근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작가의 그림은 조용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한 발짝 바짝 더 다가서게 된다. 백지혜 작가의 작품이 자꾸만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손세희: 백지혜 작가에게 동양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백지혜: 저한테 제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재료예요. 벼루에 먹을 갈고 접시에 손가락으로 물감을 개어 쓰는 것도, 화선지나 순지에 먹과 물이 닿아 생겨나는 현상들을 경험하는 것도 다 새로웠거든요. 동양화에서의 재료의 활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해요. 또 하나는 여백이라 불리는 빈 공간에 대한 매력이에요. 어릴 적부터 학교나 미술학원에서 화면을 꽉 채워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감이 항상 존재했었어요. 동양화를 배우면서 화면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슨 해방감까지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색과 색을 조합하는 데서 재미를 느껴요. 서양화와 동양화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쓰는 재료와 물감이 다르니 색감에 차이가 있어요. 제게는 서양화의 색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는데, 그에 비해 동양화의 색은 차분하고 은은해서 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재의 선택, 재료의 준비부터 배접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단계가 없을 텐데요,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일 신경 많이 쓰는 부분은 밑그림이에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처음으로 화면으로 옮기는 단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밑그림에 공을 많이 들이죠. 그 다음에는 색을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써요. 사람의 피부색이라도 그 대상에 딱 맞는 피부색을 찾는다든가. 사실 의상도 제가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그건 그 장면을 최대한 완벽한 이미지로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그 상황에 어울리는 옷 무늬를 그려 넣기도 하죠.

 

 

 

작가노트에서, 첫 개인전을 “매일매일 반복되는 바쁜 삶 속에서 나도 모르게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일상의 작은 풍경들”이 전해 주는 “작은 이야기들을 찾아나서는 긴 여행의 시작”이라고 비유하셨어요. 그 후 십일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종의 중간 점검을 한다면, 그 여정에서 어떤 것들을 찾으셨나요?

결국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작은 부분들인 거 같아요. 처음에는 옛날 기억을 떠올려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평소 느끼는 감정들을 조금 더 편하게 그림 안에 가져와요. 저에게 찾아오는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봄이 오는 소리>에서는 한 소녀가 꽃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이건 제가 어른이 돼서 경험한 거예요. 어른이 되면 쉽게 무뎌진다고 하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소소한 감정들이 어른들에게도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에서는 주인공이 모두 소녀로 표현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기억과 함께 어른이 되어 일상에서 경험한 이야기들도 있어요.

 

기억, 추억이라는 것이 작가에게 무척 중요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에 대한 감정도 그게 기억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거고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는 것 같아요.

네. 제가 어떤 장면을 남긴다는 것에는 그게 기억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있어요. 화병에 꽂힌 꽃도 아름답지만, 저는 마당의 꽃, 동네의 꽃, 골목의 꽃을 더 많이 그리게 돼요. 그건 그 꽃들이 살고 있는 환경 자체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안타깝게도 서울에서는 마당, 동네, 골목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제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세대가 나오겠죠. 그런 사람들한테도, 또 저처럼 어릴 적 동네의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제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지금보다 그때가 꼭 더 좋았다라기보다, 그냥 이런 풍경들이 있었다, 이런 꽃들이 자라났었고, 마당에는 이런 강아지가 있었다,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소녀 이야기도 같은 맥락인데, 한번 지나온 소녀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가 없죠. 단순히 과거를 추억한다기보다 잊혀져 가는 것을 남기고 싶고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그림을 통해 기억을 돌려주고 싶어요.

 

소재가 평화롭고 밝아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요즘 동시대 많은 미술가들이 비판적인 작품을 많이 하는데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으신가요?

소재가 너무 일상적이지 않느냐, 이런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소릴 들을 때가 있어요. 사실은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일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때가 있어요. 저는 작은 걸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제 그림이 휴식 같았으면 좋겠고요. 첫 번째 개인전을 할 때였는데, 아침에 문을 열자 마자 한 중년의 여성분이 들어오시더니 그림을 한참 동안 보다 나가시는 거예요. 한 시간 후에 포장된 오미자 차를 한 병 가져와 주시면서,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냥 화랑 문이 열려 있어 들어와 본 그림이 위로가 되었다 하시며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가게에 가서 오미자 차를 사오셨다는 거예요. 제가 그림 그리길 잘 했다고 느낀 순간이었어요.

 

인물화에 나오는 대상들을 가만히 보면 다들 뭔가에 열중하고 있어요. 기차를 ‘그리고 있는’ 아이, 소근소근 귀엣말을 ‘속삭이고 있는’ 소녀들, 공기놀이를 ‘하고 있는’ 소녀들. 마치 한 컷의 스냅사진처럼, 그림 속 이미지는 ‘현재 진행형’이죠. 어느 인물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관람자를 응시하지 않아 그런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것도 같고요. 그림은 그 진행형의 ‘순간’을 사라지지 않는 물리적 흔적으로 영원히 남기려는 시도처럼 보이는데요.

이야기를 가지고 제가 장면을 풀어내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한 장면을 그리더라도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게 드러나는 거 아닐까 해요. 대상이 화면을 응시하지 않는 건 의도한 건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이들 사진을 먼저 찍는데, 사진 찍기 전에 아이와 실컷 놀아줘요. 그리고 그 사이사이 사진을 몰래 찍죠.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그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는 감정이 드러나잖아요. 제가 그걸 원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제외되는 거죠. 저는 관객들이 온전히 그림 속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주요 대상인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두 가지의 주요 소품을 제외한 주변은 완벽하게 생략된 채 빈 공간으로 남겨지는데,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동양화의 전통 때문인가요?

꼭 그렇다기보다는 불필요한 건 과감하게 생략을 해서 주제에 집중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최근에 제가 인물의 표정을 묘사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데 관객들이 어떤 방해 없이 그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또 하나는 화면 구성에 있어 어느 부분은 강하게 어느 부분은 느슨하게 해서 긴장감을 주려고 노력해요. 여백은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물리적 화면에 담기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여백 뒤 펼쳐진 무한한 공간은 그림 속 이야기가 확장되는 곳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 밑그림을 가지고 이쪽 공간을 열어놨다가 저쪽 공간을 열어놨다가 하면서 고민을 많이 하고, 그림을 다 그린 후 그림을 잘라내는 과정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종이보다 다루기가 몇 배 더 까다로운 비단을 이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비단, 모시, 삼베, 종이를 다 쓰고 있는데, 그때그때마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바탕재료를 결정해요. 종이에서 얻을 수 없는 색감 때문에 비단을 요즘 더 많이 쓰고 있긴 하고요. 초상화 공부를 하면서 비단에 배채(背彩, 비단이나 종이의 뒷면에 색을 칠해 앞면에 비쳐 나오게 하는 것. 실제로 앞면에만 색을 칠하는 것과는 색감의 차이가 있다.)를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게 색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저한테 흥미를 가져다 주었어요. 비단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정이 무척 고되고 종이보다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인데 비단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느낌 자체를 제가 또 좋아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여성의 이야기를 좀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여성의 초상은 부인상, 모자상, 아니면 기생의 모습이 대부분이었어요. 저는 감정의 주체로서 여성을 그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그려온 소녀시대와도 맞물려 있고요. 저를 포함한 친구들이 3-40대가 되면서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아이 엄마가 되고, 누군가는 직장인이 되고 하는 삶의 변화를 많이 겪게 되었는데, 그들의 이름을 찾아내주고 싶고, 그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In Conversation with Baek Jeehye (2013)

Added on by Jongchul Jang.

Seihee Shon (Independent Curator)

It has been about 10 years since I first met Jee-hye Baek, during which time we have kept in touch and exchanged personal news now and then. Meanwhile, she completed her MA in Korean Painting, had several solo shows, and participated in various group shows. She published a beautiful picture book and organized a Korean painting class for the general public. It is obvious that she has consistently endeavored to continue learning and experimenting. I tried to visit most of her shows out of curiosity and desire to see her most recent work; every time, I encountered different paintings from Baek’s ‘girl series’ which recalls the innocence of childhood and elegant flower paintings. Each strand of hair depicted in great detail and sophisticated colors are evidence of the artist’s hard work, which draw the viewer into a meditative state. Her paintings whisper, and are quiet. Instinctively, I hold my breath and take a step closer.

 

Shon: Why are you attracted to Korean painting?

Baek: In the beginning, I was attracted to its materials. Everything was new to me: grinding ink upon inkstone, blending natural pigments and water using my fingers, and closely observing the moment when a single drop of ink blurs as it soaks into a piece of Korean paper. The way in which materials are used in Korean painting is more varied than you might imagine. I am also fascinated by the empty space―yeobaek(1) in Korean. In my studies of Western painting, I was taught that empty space must be filled in, and this always seemed overwhelming to me. Once I found out that this wasn’t the case in Korean painting, I felt liberated in a way. What’s more, I enjoy the process of creating new colors by mixing pigments. It’s plain to see that colors in Eastern painting create a different impression than those in Western painting: their source materials are different. For me, the former appear calm and delicate, the latter stronger and more intense. I think this characteristic of Eastern color suits my personality. 

 

To create works of such high quality, the entire process―from choosing a subject to backing the support of the painted surface―must be important. Which stage are you most concerned about?

I pay particularly close attention to sketching, since it is the initial stage in which the images in my mind are transferred to paper. I also care about creating colors. For example, it is crucial for me to find the precise skin color, among a number of similar colors, for every model. Clothing is equally important to make a perfect scene. Depending on the other visual elements within a work, I sometimes add patterns to what the model is wearing. 

 

In the artist’s statement from your first solo show you wrote, “This is the beginning of my journey to find little stories” delivered by “daily mundane scenes which I may overlook in my busy life”. Since then, you have continued your journey for about eleven years. What have you found on this journey so far? 

The little things that we easily miss in our everyday lives. I used to paint the stories from my memory but now I incorporate the feelings and emotions that I experience on a day-to-day basis. I value all the feelings and emotions that come to me. In <Sound of Spring>, which depicts a little girl is listening to a flower, I painted things which I have experienced as an adult. Some people say that as we grow up we become unfeeling, but I believe that the ability to capture an emotional moment remains in adults’ minds. The girls in my paintings don’t only refer to my past. They are about my present life too.

 

Memory and remembering are significant themes in your work; your current feelings are important because you don’t want to forget them. Do you feel sad when things disappear?

Yes, I mostly paint scenes as I want them to be remembered. Flowers in a vase are beautiful, but I prefer to paint the flowers in my garden, or in villages or alleyways. They retain memories of the places where they grow. Unfortunately, many of these places have been lost to new development projects. In the near future, there will be a generation who spend their entire lives in apartments; I wanted to paint for those people, and for those like me, who still remember small villages. I am not saying that the past was better. I just want to remember the ordinary landscapes that once existed all around us: there were flowers and a dog in my garden. My series of girl paintings can be understood in this context. We cannot go back to the time of our childhood. My work is not simply a memory of the past but an effort to keep things from disappearing and being lost in our mind. I try to call people’s attention to this through my painting.

 

Your paintings are very peaceful, such that I feel as though I am having a pleasant dream. Many contemporary artworks take a critical stance, arguing about society and/or art itself. Are you interested in this sort of subject matter too?

Some people say my subject matter is so banal that anyone could paint it. That is exactly the point. I want to tell a story that everyone can tell, since there are not many who actually do this. You may have an experience of feeling happy in your daily routine. I want to be an artist who deals with small things such as these. I hope people feel as if they are taking a break while they view my works. Take my first solo show, for instance. One morning, a woman came into the gallery, stayed for a long time viewing my works and then left. She came back with a cup of magnolia vine tea an hour later and gave it to me as a way of saying thanks. She said she was upset for some reason that morning, but that my paintings comforted her. I felt proud of myself as a painter.

 

Most of the figures in your works are doing something and look absorbed in what they are doing: a child ‘painting’ a train, girls ‘whispering’ to one another or ‘playing’ a game. Like snapshots, the images are ‘in the present continuous form,’ and the fact that the figures are neither gazing at the painter nor the viewer helps them to be perceived in that way. In fact, it could be said that the paintings are attempts to capture passing moments in order to keep them as physical traces.

Perhaps that is because I painted the scenes along with particular stories. Almost every scene has a story―maybe that is visible in the paintings. I didn’t necessarily intend for the models to gaze away from me or the viewer. That wasn’t necessary for me. I usually paint from photos, but before I take photos of models, I spend some time with them to create a casual atmosphere. Then I leave the children alone to do as they wish, at which point I sneak photos of them. If they were to notice the camera focusing on them, their behavior would be different. I don’t want them to be aware of me taking pictures of them, and that’s why the photos in which they are staring at the camera are naturally excluded. I like the viewer to be immersed in the same moment that the figures in the painting are enjoying.

 

The backgrounds around your figures are completely empty and are left unpainted. Is this because Korean traditional painting aesthetically values yeobaek?   

Well, it’s not only because of that. Mostly it’s because I thought that the viewer would be able to concentrate his or her attention on the subject of painting if I eliminated unnecessary description. I wanted the viewer to read the emotions on the faces I depict in detail without being interrupted. I also wanted to build tension in each composition through a dynamic use of space. Yeobaek provides a room for reflection and narrative; there is a limit to the physical space in which everything can be illustrated. Beyond the empty space, however, new stories ceaselessly unfold as the infinite space emerges. This is why I spend quite a long time deciding not only where to put the main figures, but also how to crop each painting once it’s finished. 

 

You use silk more often than paper. Why do you prefer silk, considering how difficult it is to treat?

I use various materials in my work―including silk, ramie fabric, hemp cloth and paper―and I choose a base material which to paint. Currently I use silk quite often because I like how colors appear on it. While studying Korean traditional portrait painting as a postgraduate, I became interested in baechae(2), which enriches colors. It is true that it’s very tiring to paint on silk; there are more things to keep in mind, but I really enjoy the moment of painting and the feel of touching the silk with a brush.

 

Do you have any plans for the near future?

I would like to deal with women more in my work. Female portraits in Korean traditional painting usually portray the woman as a wife, mother or courtesan. I would like to paint women as beings subjective, focusing on their emotions. This would be linked to my girl series. Many of my friends are now in their thirties or forties, and they are experiencing major changes in their lives. Some have gotten married, some have become mothers, and some have been promoted in their jobs. I wish I could give their own names back to them through my portraits.   
  1. 餘白. A Korean word meaning ‘marginal white’, refers to the space that is not painted.
  2. 背彩. A technique of painting that colour is added on the back of silk or paper to show through on the front. It gives a different effect from colouring only on the front.

 

전통 인물화에 바탕을 둔 현대적 회화공간의 해석 (2007)

Added on by Jongchul Jang.

하계훈(미술평론가)

 

비단에 전통채색 기법을 응용하여 긴장된 붓끝으로 정확하고 치밀하게 인물을 묘사해내는 백지혜의 작품을 대하면 관람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그림 속으로 빠져들 듯 화면 가까이로 다가서게 된다. 대부분의 화면에서 한 명의 소녀가 다양한 포즈로 등장하는 작품 속에는 머리카락이나 눈썹 하나하나, 심지어 머리띠의 바느질 한 땀 한 땀까지 정밀하고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정밀한 표현은 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꽃이나 머리핀과 같은 소품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표현되어 있다.

작가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학창시절부터 채색화와 인물화에 관심을 가졌던 백지혜는 대학원에서 조선시대의 초상화 기법을 심도 있게 연구하였고 이를 응용하여 현대적 인물화를 시도해오고 있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적인 초상화에서는 묘사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 사회적 중요성을 띠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그러한 초상화의 기념비적 혹은 경배적 성격 때문에 실물과 거리가 있더라도 이상화된 표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백지혜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러한 성격의 인물들과는 거리가 먼, 일상의 평범한 환경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주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들을 과장하여 표현할 이유도 없고 그럴 만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것 같은 인물들의 실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관람객의 공감을 얻는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백지혜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 하고 있으나 결국 작가가 모델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다.

백지혜가 묘사하고 있는 인물이 사실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 미술사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배채(혹은 복채)법이라는 기법 때문이기도 하다. 배채법이란 고려시대 불화에서 많이 쓰이던 기법 가운데 하나로서 그림을 그릴 때, 종이나 비단 깁의 뒷면에 물감을 가볍게 칠함으로써 맑은 중간 색조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뒷면에 칠한 색깔이 앞면으로 우러나온 상태에서 앞면에 음영과 채색을 보강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이러한 기법으로 인물을 묘사하면 붓자국에 의한 화면의 얼룩과 번짐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인물의 미묘한 표정이 극도로 세련되게 표현될 뿐 아니라 작품을 오래 동안 보관하여도 변색이 잘 안되는 실용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배채법의 전통은 수묵화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주로 청록산수나 화조·영모화, 인물 초상화 등 채색화에서 많이 쓰여 왔다.

백지혜는 전통적인 화법에 의해 탄탄한 조형훈련을 받고 이를 충실하게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회화의 구성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가만의 대담하고 독특한 작품의 구도와 공간의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작품의 공간 구성에서 흔히 적용되는 조형적 공식이 대담하게 전복된 작가의 작품에서는 인물이 화면의 중앙에 놓이기보다는 화면 한쪽 구석으로 깊이 치우쳐있다거나 넓은 여백의 공간을 등지고 화면 밖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 가운데 <꽃단장>과 <봄이 오는 소리>와 같은 작품에서 이러한 구도와 공간 처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꽃단장> 속의 어린 소녀는 머리에 분홍빛 리본을 꼽아 멋을 내려는 데 몰두하며 진지한 표정을 연출하여 자기 등 뒤로 넓게 열려있는 공간의 모호함을 충분히 상쇄시켜주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에서는 활짝 핀 진달래 꽃 봉오리에 귀를 바짝 붙이고 뭔가 들려오는 소리에 열중하는 십대 소녀의 표정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도 소녀의 어깨 너머로 넓은 빈 공간이 펼쳐져 있지만 소녀의 표정과 행동에 몰입해보면 관람자가 들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신비스런 소리로 공간이 가득 채워진 듯하다. 이러한 작품에서 정밀하게 묘사된 인물에 비하여 배경의 공간은 아무런 묘사가 없이 은은한 배경색만을 표현함으로써 장소를 특정해주지 않는 중성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관람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와 같은 작품에서는 인물의 배경으로 초점이 흐려진 나뭇잎 형상을 표현하여 인물에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강조하고 있으며 초점 심도가 낮은 카메라의 장면처럼 화면 속에서의 공간의 깊이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백지혜는 전통 채색화에서 터득한 고도의 묘사력을 응용한 인물묘사 기법과 함께 공간 운영과 구성력을 능숙하게 발휘하여 개성 있고 뛰어난 화면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회에 백지혜는 특히 자신이 묘사하고 있는 인물들의 표정과 함께 그들의 손놀림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표정을 읽는 방법 가운데 얼굴 다음으로 인물의 심리나 감정 상태를 잘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손일 것이다.

이제 다섯 번째 개인전을 갖는 백지혜로서는 신예작가로서의 실험과 탐구를 정리하여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길을 나서는 출발점에 선 기분으로 전시회를 갖고 있다. 한국화의 상대적 침체와 집중도 높은 공력을 투입하는 작품이 흔하지 않은 오늘날의 미술계에서 백지혜의 작품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관람자의 사려 깊은 관심이 기울여지기를 기대해본다.

Contemporary Interpretation of Space in Painting Based on Traditional Portraits (2007)

Added on by Jongchul Jang.

 Ha, Kye-hoon (Art Critics)

 

Looking at Jee-hye Baek’s painting, which portrays figures with accurate and elaborate brush strokes on a silk canvas using traditional coloring methods, viewers are filled with admiration and step closer to the painting as if spellbound. In her paintings, a girl repeatedly appears in various postures; her hair, eyebrows, and even the stitches in her hair band are delineated elaborately and naturally. The exquisite detail is not limited to the main figure, but is evident even in incidental items like flowers and a hairpin.

The artist says she has been interested in color painting and portraits since her school days. Subsequently she studied the portrait methods of the Chosun Dynasty in depth in graduate school, and has applied the method to producing modern portraits. Historically, in both eastern and western societies, the subjects of a portrait used to be figures of high social status. Thus a portrait would present the subject in an idealized way to emphasize monumental and venerable characteristics.

However, the figures shown in Jee-hye Baek’s paintings are ordinary people we come across in daily life. Most of them are girls or young women who are reminiscent of the artist’s own past. Therefore, the artist does not feel the need to idealize the figures. On the contrary, she remains faithful to realistic description, which makes it easier for viewers to relate to the painting. As the artist portrays her acquaintances, she seeks her own identity by projecting her personal history on the artistic perspective.

One of the reasons that the artist’s figures have a realistic feeling is due to the method called baechae (or bokchae), which is firmly rooted in traditional Korean painting. This method was widely used in Buddhist painting during the Koryo Dynasty: by adding a light layer of color on the back of a paper or a silk canvas, the transparent feeling of medium hues is emphasized, and as the color seeps into the front, it reinforces the shading and coloring of the painting. This method helps to control smearing of a brush stroke, and also helps to express subtle facial expressions in a very sophisticated manner. Moreover, fading of the color is minimized as time passes. Traditionally the method was rarely used in ink painting, but extensively found in landscape paintings, bird-and-flower paintings, bird-and-animal paintings, and portraits.

Jee-hye Baek reveals her solid background in traditional styles, while presenting daring and unique compositions and spatial layouts that are rarely found in traditional paintings. In her works, the conventional formula of canvas layout is boldly overthrown. The figures may be shown in the corner of a canvas instead of the center, and their gaze might be directed beyond the canvas as they turn their back to the viewers, leaving wide spaces behind.

Among paintings shown in this exhibition, such characteristics can be found in ‘Full make-over’ and ‘Sound of spring.’ In ‘Full make-over,’ a young girl is absorbed in adorning herself with a pink ribbon in her hair, wearing a solemn expression. The interesting gesture and expression effectively offset the ambiguous open space behind her. Similarly, in the ‘Sound of spring,’ the endearing expression of a teenage girl is captured as she perks up her ears to hear sound from an azalea in full bloom. Over her shoulder is a blank open space, but this is soon filled with mystic sounds of the spring as the viewer concentrates on the expression and movement of the girl. In contrast to the finely described figures, the background is painted with only a mild color, and is consequently turned into a neutral space without any reference to a specific location. This leaves room for the viewer’s imagination. In the ‘Story on the wind,’ the artist paints blurred leaves as a background, which brings viewers’ undivided attention to the main figure. The depth of space is effectively presented, much like a picture taken with a camera lens with shallow depth of focus.

The artist skillfully presents a unique and remarkable layout on a canvas by blending the portrait style that uses the advanced descriptive method of traditional colored paintings with the ability to manage space and composition. In this exhibition, Jee-hye Baek focuses especially on the figures’ hands as well as their facial expressions. In revealing a person’s characteristics, hands can be as effective as a face to indicate emotion and psychology.

Opening her fifth individual exhibition, the artist must feel she is standing at a crossroad: she has settled her experiments and exploration as a newly emerging artist and become a fully-fledged painter. Notwithstanding recent trends in Korean art where traditional painting is relatively neglected and artworks of intensive labor are rarely found, Jee-hye Baek’s works are expected to attract serious attention and appreciation from viewers.

 

JEEHYE BAEK by Jessica Park (2006)

Added on by Jongchul Jang.

Jeehye Baek (born in 1975) has mastered a high form of Korean silk painting techniques, replicating nineteenth century figure paintings. She applies these skills to a contemporary subject matter to depict the most intimate and precious moments of her life.  

A silk painting is one of the highest and most complicated forms of paintings in the Korean painting tradition. Silk is delicate and expensive to work with; the painting procedure also requires long preparation, accuracy and concentration. This is why today a handful of artists practice this tradition in Korea. Jeehye persists in the old method to achieve the highest quality of work: She stitches the fabric onto a wooden frame, which usually takes her weeks to finish. She uses only organic pigments, which she mixes every time she paints. One careless stroke would cause a bleed, so great concentration is needed constantly. The paint is applied more than six times onto the front and back of the fabric, until it reaches the right color. When the work is finished, the piece is taken out of the frame and sent to a specialist who permanently mounts it onto a panel.

On the other hand, her subject matter is surprisingly humble: Jeehye depicts mundane scenes of everyday life, such as kids playing in the alley, girls chatting with each other, a brick wall shining with sunlight, a shadow of a tree dancing on the street, and flower petals fallen onto the sidewalk. In her paintings, however, these insignificant details transform jewel like moments. Jeehye says, “The most precious memories of my life have not been historic moments or significant events, but rather small details of the ordinary. To me, it’s like a treasure hunt, finding small happiness in the very moment that we live.”